아가미는 구병모 작가의 소설이다. 남자는 생을 마감하려 한다. 아이와 함께. 물에 빠진 남자는 다시는 나오지 못했지만 아이는 아가미를 얻었다. 그리고 노인과 '강하'라는 새로운 가족을 얻었다. 아이는 밖에서는 힘들어했지만 물 안에서는 누구보다 자유로웠다.

줄거리
이야기는 한 '해류'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실수로 한강물에 빠진 해류를 누군가가 구해준다. 그 뒤로 남들과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한 '소년'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버지와 아이는 호수에 몸을 던지지만 아이는 '강하'라는 소년과 할아버지에게 구조된다. 구조된 아이의 목에는 길쭉한 상처가 있는데, 보통의 상처와 다르다. 원래부터 이런 것인지 호수에 몸을 던지고 난 후 이렇게 된 것인지 알 수 없다. 강하와 할아버지는 경찰에 신고하기를 주저한다. 그렇게 강하는 소년에게 '곤'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가족이 된다.
인간도 아니고 물고기도 아닌 존재. 그런 곤에게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힘들다. 그러나 강하는 툭하면 곤에게 '횟집에 팔아 넘긴다'라는 협박을 하고, 네가 좋아하는 물속으로 들어가라며 호수로 떠민다. 강하의 어머니인 '이녕'이 등장한다. 그제야 보이게 된다. 강하는 곤에게 저런 식으로 밖에 대할 줄 몰랐다. 나름의 애정과 관심의 표현이다. 아이에게 '크기가 몇천 리가 되는지 알 수 없는, 북쪽 바다에서 사는 커다란 물고기'의 이름인 곤을 붙여주고도 정작 자신은 제대로 불러주지 않는다. 마지막에 곤이 '살아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해서 강하는 그를 세상에 감춰두고 보호해준다.
물기 있는 소설
누군가 독서평에 '물기 있는 소설'이라고 표현해 놓았다.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이 든다. 여름밤에 샤워를 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는 듯한 기분이랄까. 적당히 축축하고 적당히 서늘한 느낌의 소설이다. 여름 느낌이 난다고 평을 해놓은 사람들도 꽤 보인다.
'인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진 않았지만 소설을 읽고 나면, 내가 바라보는 바다나 강 속에 '곤과 같은 인물이 살고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그게 물속이 아니더라도 내가 사는 동네 구석, 내가 사는 마을 어딘가에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숨어 지내고 있는 '곤'과 같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그런 이들에게도 '곤'처럼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바다'가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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