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준비해 온 대답은 소설가 김영하의 시칠리아 여행기입니다. 2009년 출간했던 책을 문장과 내용을 다듬고, 사진을 추가하여 새롭게 출간한 책입니다. 2007년 김영하는 방송의 일환으로 시칠리아에 방문했고, 이후 한국예술 종합대학의 교수직을 사직하고 다섯 달 만에 아내와 함께 시칠리아로 떠납니다. 기차를 타고 배를 타고 어렵게 어렵게 도착한 시칠리아를 만나고 그 안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 안의 나를 만나는 여행기입니다.

방 안에서 떠나는 여행기
코로나19로 인해 하늘길이 막혔다. 이제 백신을 맞았으니 떠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나라마다 정해진 자가격리 기간이 두렵고 오미크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에 두렵다. 그리고 드문드문 들려오는 동양인에 대한 극심한 차별대우 얘기를 들으면 예전만큼 쉽게 떠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편안하고 차분한 어조로 내가 그곳에 있는 듯, 들려주는 김영하님의 이야기는 귀 기울 수밖에 없다. 처음 김영하 님이 시칠리아를 떠난 것은 2007년이다. 지금은 유명한 EBS '세계 테마 기행' 제작진들이 김영하 님에게 어디를 가고 싶냐고 물었고, 김영하 님은 '오래 준비해 온 대답'처럼 시칠리아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곳에서 온갖 고생을 하고, 눈치를 살피며 어렵게 어렵게 촬영을 했는데도 한국에 모든 것을 두고 다시 시칠리아로 떠난다.
시칠리아에서 오래 찾아온 대답
시칠리아는 '대부'의 돈 코를레오네의 고행이고, '시네마 천국'의 토토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며, 척박하고 메마른 땅에 검은 옷을 입은 여자들이 살고 있으며 거친 사내들이 배를 타고 자기 운명을 개척하러 떠나는 곳이다. 고대 로마와 그리스, 유럽과 이슬람 문명이 복합적으로 산재해 있는 곳이고 이탈리아 본토의 로마나 베네치아, 밀라노에 비하면 덜 알려진 곳. 하지만 이탈리아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의 여행이라 모든 것은 순탄치가 않다. 영어가 안되니까 이탈리어를 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번역기도 없고, 구글맵도 없으니 지도를 찾아야 한다. 표를 예매하고 취소되면 알려주는 지금의 시스템은 없다. 취소가 된 줄도 모르고 한참을 기다리기도 한다. 그렇게 힘들게 찾은 시칠리아.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곳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풍경과 사람들이 다가온다.
여행의 말미에 저자는 진심으로 시칠리아 여행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 곳을 여행하며 낯선 이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며 자신의 글 쓰는 삶을 되짚어 본다. 글 쓰며 사는 삶은 동경하던 삶이었고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 그것이 기뻤고 그것이 과거의 내가 원했던 것임을 깨달았다.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시간이었다. 떠남으로써 도착할 수 있는 상태가 있고, 삶이 있다. 그래서 떠나지 못하는 지금이 이렇게 힘든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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