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튼 술: 티빙 드라마 '술꾼 도시 여자들'처럼 책에서 술냄새가 난다
작가는 '김혼비' 님이다. 필명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어떤 스타일의 책을 쓰는지는 잘 모른다. 북 튜버 '김겨울'님을 구독 중인데 올해 들어 제일 재밌게 읽었던 책으로 '전국 축제 자랑'을 소개해주셨다. 소개하는 내내 깔깔대고 웃으셔서 그런지 몰라도 한 문장 한 문장이 정말 정말 참신하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래서 곧장 밀리에서 '전국 축제 자랑'을 검색해봤지만 없었다. 그래서 대신 작가님이 쓴 다른 책 '아무튼 술'부터 읽게 되었다. 책도 얇아서 큰 부담이 없었던 것도 사실.
세상에서 생각만 해도 좋은 것 한가지를 꼽으라면 당당히 "술!"이라고 외칠 수 있는 술꾼들을 위한 책. 소주, 맥주, 와인, 위스키, 칡주 부터 혼술, 집술, 걷술로 즐기는 술의 세계. 티빙 드라마 '술꾼 도시 여자들'의 책 버전이라고 느껴졌다. 책에 있는 모든 문장에 밑줄을 치고 싶을 정도로 단어 하나하나가 허투루 쓰이는 말이 없이 정확하고, 웃기고, 무해하게 느껴진다. 유쾌함은 덤이다.
나의 첫 술은 언제였는가?
책의 처음은 '첫 술'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가님은 수능 백일주를 첫 술로 드시고 나서 첫 술과 첫 주정을 동시에 경험한 듯 하다. 나의 첫 술은 고등학교 때 맥주 몇 모금? 그땐 먹고도 아무렇지도 않아서 나는 내가 술이 세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나는 첫 술과 첫 주정이 따로 있다. 실제로도 대학을 들어가고 나서 2년 넘도록 아무리 술을 마셔도 심하게 취하게 마신 적은 없었다. 다만 3년째 접어들 무렵 '실습생'의 신분으로써 첫 주정을 경험했다. 그리고 뭐 뒤는 작가님이랑 비슷하다면 비슷했을까....? 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 굳이 기억하고 싶지도 않고.
나의 마지막 술은 언제였는가?
작가님은 고3 백일주를 시작으로 술을 마시지 않은 날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땀을 흘리고 한 잔 마시는 시원한 맥주에 빠지기도 하고 점점 맛을 들이며 가격이 올라가는 와인에 빠지기도 하고 뭐니뭐니해도 함께 술을 마시는 사람들에게 빠지고, 집에서 혼자 먹는 술, 걸으며 먹는 술까지 내가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주류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그럼 나의 마지막 술은 언제였을까? 최근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금주를 하고 있는데, 사실 금주보다 식단조절이랑 운동을 하는 게 더 빠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는 식단 조절이랑 운동보다 쉬운 게 금주라서 금주를 택하고 있다. 한 달여 전쯤일까 회사 일로 너무너무 속상해서 그냥 집에서 혼술을 했었다. 먹을 때는 맥주의 시원함에 내 마음까지 시원했지만 먹고 나니 새벽 내내 목이 타는 듯한 갈증과 내 현실을 자각하는 데서 오는 후회감이 더 컸었다.
작가님에서 '술'이라는 즐거움이 있다면, 나에게는 어떤 즐거움이 있을까? 프롤로그에 "술을 말도 안 되게 좋아해서 이 책을 쓰게 됐고, 이 책을 쓰게 돼서 말도 안되게 기쁘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시시때때로 벌어지는 세상에서, 다음 스텝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막연하고 막막할 때에 일단 다 모르겠고, '아무튼, 술!'이라는 명료한 답 하나라도 가지고 있어 다행이다"라고 적혀있다. 나의 '아무튼, ㅇㅇ'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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